원료전문기업 엑티브온은 최고 품질의 원료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장의 트렌드와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신기술과 신원료를 개발하기 위해 전 부서가 긴밀히 협업하고 있습니다. 고객사의 요청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제안할 수 있는 ‘원료계의 트렌드 세터’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기초 단계로서 “원료회사 직원들의 오후수다”를 기획하였습니다. 영업&마케팅, R&D, 품질 각 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뷰티 이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주고받고, 이를 글로 엮어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하며 자사 홈페이지나 SNS에도 게시할 계획입니다. 그 첫번째 시간으로 “뷰티 엑티비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브랜드 액티비즘 내세워서 뭘 얻고 싶은 걸까?”
김나현: 제가 사전에 메일로 공유를 드렸잖아요. 어떻게 좀 찾아보셨나요?
김묘덕: 저는 일단 구글에 쳐봤어요. 한글로도 쳐보고 영문으로 쳐보고 ㅐ로 ㅔ 로 다 쳐봤는데, 뭐가 많이 안나오더라구요. 패션 액티비즘이랑 브랜드 액티비즘은 좀 나오는데.
김나현: 맞아요. 브랜드 액티비즘은 좀 많이 사용이 되는데 뷰티 액티비즘은 아직 해외에서도 많이 쓰이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일단은 브랜드 액티비즘의 개념에 뷰티가 접목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김묘덕: “브랜드 액티비즘을 내세워서 뭘 얻고자 하는거지?” 하고 보니까 이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에게 이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건데, 이런게 비투씨 기업에는 해당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는 비투비를 하는 회사니까, 최종 소비자에게 바로 어필하는 것이 아닌 우리 고객사의 지향점에 부합하는 원료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다보니 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김나현: 네 많은 분들이 비투비에는 해당이 안되는 얘기 아닐까 생각을 하시는데, 액티비즘이 이제는 마케팅적인 문제는 아니거든요. 어떻게 보면 이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것이고, 소비자들이 미닝아웃 하고 가치소비 하는 시대에는 정말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이 힘들어요.
먼저 브랜드 액티비즘의 의미는, 브랜드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떤 스탠스, 입장을 취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거죠. 특히 요즘 MZ 세대들에겐 이게 굉장히 중요해요. MZ세대는 본인들을 이렇게 부르는거 싫어한다는데…아무튼, 사실 저도 출생연도로 따지면 MZ세대이니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 매우 개인적이고 염세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 어떤 세대들보다 기업들의 윤리관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좀 멀리 볼 줄 아는 기업들은 이미 4~5년 전 부터 ESG 경영을 위한 바탕을 마련해 왔어요. 그리고 이런 노력들을 자신들의 SNS 계정을 통해 드러내고 소비자들이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해요. 단발성으로 마케팅 이슈를 만들기 위해 ‘그런 척‘하는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실천하며 진정성을 보여주는거죠. 요즘 소비자들이 똑똑해서 척이랑 찐을 다 구분할 수 있으니까요.
천원 원료도 컨셉으로 살짝 들어가고, 패키지도 친환경인 것 처럼 하지만 사실상 분리수거가 잘 안된다던가..이런 그린워싱이 산업 전반에 걸쳐 이슈였는데, 이걸 찐으로 하는 기업들은 원료 수급 단계에서부터 원료의 유래, 어떻게 수급하는지 굉장히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어요. ESG 감수성 중에서도 우리가 원료회사니까 비건원료, 크루얼티 프리 등에 대해서 우리가 마케팅적으로 직접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원료를 찾고 있는 기업들에게 우리가 필요한 원료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로레알도 ‘L'Oréal, for the Future’ 를 통해 2030년까지 달성할 측정 가능한 목표와 일정을 발표했기 때문에, 원료공급업체인 우리도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작년에 토니모리가 업계최초로 무라벨 토너를 출시했거든요. 사실 단일 성분인 생수 하나에도 무라벨 패키지가 도입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걸 다들 아실거에요. 그런데 저에게 토니모리 하면 토마토, 복숭아, 대나무 모양 패키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런 토니모리가 무라벨 토너를 출시했다는게 저는 좀 충격이었어요. 거기에 엠지세대 임직원들의 입김이 굉장히 많이 작용했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브랜드사들에서 점점 더 젊은 층 임직원들의 힘이 증가하며서 급격하게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이 제품은 라벨만 없앤게 아니라 원료에 있어서도 비건으로 변경했고 다른 색조제품들도 비건 버전을 출시했더라고요.
사실 브랜드 액티비즘은 패션쪽에서 더 많이 이슈가 되고 있어요. 뭐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들이야 워낙 오래 전부터 광고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올바름을 지향해왔고, 해양 플라스틱으로 운동화를 만든다거나 다양한 체형의 마네킹을 전시한다거나 하는 시도들을 매 시즌마다 보여주고 있죠? 요즘 그런 쪽으로 제일 눈에 띄는 브랜드는 끌로에에요. 여기 인스타그램 보시면, 가방과 의류 화보 사진도 있지만 버섯이나 문어, 동굴 사진 지분이 너무 많죠? 물론 자연에서 컬렉션의 영감을 얻어서일 수도 있죠. 하지만 끌로에는 그것을 넘어 그 영감의 원천이자 상품의 원료가 되는 자연을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취지를 담아 인스타를 운영하고 있어요. 모든 포장재에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현실적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패션은 태생적으로 주기적인 소비를 조장하고 대량의 폐기물을 만들 수 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그에 비해 뷰티는 용기, 지속가능한 원료 수급 등 다양한 방면으로 액티비즘에 동참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요. 그래서 요즘 비건뷰티, 클린뷰티 이런 것들도 다 뷰티 액티비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거죠.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젠더 뉴트럴 뷰티도 있고, 전성분을 10개 이하로 가져가는 미니멀뷰티 트렌드도 있고요. 이렇게 아주 적은 성분만 들어간다면, 우리가 거기서 제외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더 필수적인 원료를 제공해야 할 것인가…그런 부분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김묘덕: 저희 비건뷰티에 대해서는 이미 트렌드뷰에서 다뤘잖아요.
김나현: 맞아요. 저희가 2년전에 트렌드뷰에서 ‘신념을 위한 화장품’이라는 제목으로 비건뷰티와 할랄뷰티를 다뤘는데, 그 때 까지만 해도 대표님이 “이런거 왜 쓰냐. 인터넷 보면 다 알 수 있는 것 아니냐.” 라고 하셨어요. 사실 비건이니 할랄이니 자료는 많으니까 다 찾아보면 나오는 얘기들인 건 맞죠. 그런데 그걸 화장품, 특히 원료사의 입장에서 조사하고 분석한 자료는 드물었거든요. 대표님도 몇 개월 뒤 비건뷰티가 완전 대세가 되니까 “그 때 그거 잘 썼다~”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이렇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도 미리미리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고 고객사에서 요청할 만한 원료들을 앞서서 준비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주희: 요즘은 스킨케어 뿐 아니라 선크림 같은 경우도 유효기간이 굉장히 짧고 패키지가 종이로 되어있는 그런 제품도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유효기간을 짧게 두고 쓴다고 해도 불안하지 않을까 싶은데. 사용환경과 조건에 따라 표기된 유효기간 보다 더 짧아질 수도 있는거고요.
김나현: 우리가 완전히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제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면 내가 이걸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이 짧은 유효기간 안에 다 쓸 수 있다고 해도, 아예 보존제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불안하긴 할 것 같아요. 변질된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면 이미 세균이 엄청나게 번식한거고. 브랜드사들은 무방부제 마케팅을 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방부제는 무조건 안좋다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이 부분에서 우리가 좀 더 안전한 방부대체원료의 필요성을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까…
김묘덕: 저희가 천연방부 대체제를 개발하고 판매를 하지만, 이걸 사는 기업들은, 연구원들은 다 알고 있어요. 이게 천연이라고 말은 하지만 천연 유래의 케미칼을 사서 블렌딩을 하는구나..를 다 알고 있단 말이죠. 그런데 완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천연이라고 생각하고 구매를 하고, 마케팅도 그렇게 하고요.
박지향: 이게 어떻게보면 아까 말씀하신 그린워싱처럼 될 수도 있네요.
김나현: 결국 중요한거는 인간의 피부와 자연에 안전한가 잖아요. 유해성이 없고, 안전하고 효능이 있다면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우리가 확실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걸 잘못 전달을 하면 어 뭐야 천연이라며, 아니네? 그린워싱이네? 이렇게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사실 저희 회사가 2019년에 방송에 한 번 나간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작가님이 ‘천연’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무슨 인터뷰 질문마다 천연이 들어가는거에요. 우리 부사장님 열심히 답변하시고…천연 하면 어디 산에서 풀을 따서 으깨어 만든 것 같은 이미지, 그렇게 소비자들은 생각을 하죠. 그리고 그게 아니라면 되게 배신감을 느끼고. 우리가 만든 사람, 제공하는 사람 입장에서 명확하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을 늘 했어요.
박지향: 이런 무방부제 트렌드에 대해서 품질관리하는 입장에서 얘기를 하자면, 솔직히 걱정되요, 클레임 들어올까봐. 저희가 지금 모든 원료에 대해 보증을 해서 나가고 있는데, 방부제가 안들어가고 유효기간을 짧게 한다면 저희 입장에서는 이걸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머리가 아프죠. 저희가 처음에 어느 정도 기간을 보증해서 나가는데, 원료로 출고 후 완제품 생산이나 유통의 과정에서 다른 변동 사항이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다른 성분과의 결합에 의해서 영향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모든 경우의 수들을 처음부터 다 계산을 하고 만들기가 사실 불가능한거죠.
김나현: 그렇겠네요. 지금 법적으로 책임의 범위도 정해진게 없을거고, 아직 제도적인 부분들도 기준으로 삼을만한 무언가가 없는 상태고…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의 니즈만 훨씬 앞서가 있다고 볼 수 있네요.
지금 너무 ‘천연’과 ‘무방부제’에 대한 논의에 치우쳐 있는데, 다시 액티비즘이라는 큰 범위로 돌아가서 보자면, 젠더 뉴트럴이나, 이게 정확히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드름 피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런 움직임도 있어요. 최근에 패션 쪽에서는 ‘보디 포지티브'라고 해서 뚱뚱한 체형도 자신있게 드러내고, 쇼핑몰 모델들도 정말 평범한 체형의 모델들 기용해서 등 살 튀어나온거나 셀룰라이트 울퉁불퉁한거 전혀 보정 없이 내보내요. 스킨 쪽에서도, 여드름이 났는데 이걸 가리고, 없애는데 주력하는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라는 움직임도 많이 있더라구요. 지금 보시는 Lou Northcote라는 인스타그래머가 대표적이에요.
박지향: 그런 붐이 일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이지 않을까요? 저는 제 피부가 깨끗했으면 좋겠거든요.
김나현: 그렇죠, 그게 아무래도 본능이겠죠?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는 것도 본능이고…이런 트렌드 자체가 이게 진짜 예쁘게 보여서라기 보다는 좀 더 ‘옳은‘ 방향으로 가자는 움직임 같아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어떻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도록, 의식적으로 바꾸려는?
전주희: 한 2013,14년도 까지만 해도 학생복 광고가 다리가 길어보이고 날씬해 보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요즘은 여학생들을 위한 바지교복이나 굉장히 편한 신소재 원단으로 마케팅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정말로 사람들 저 깊은 내면에서부터 이런 변화를 원하고 있는가..이런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특히나 피부에 있어서, 여드름 같은 경우는..메이크업 화보에서 일부러 만들기도 하는 주근깨와는 다르게 여드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직까지는..어렵지 않을까요?
김나현: 하지만 이런 액티비즘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브랜드들이 계속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에요.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감추는 것도 아닌…여드름 패치를 장식처럼 사용하는 블레미쉬 스티커들이 많이 나왔고요. 아직 국내에서 쓰는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요.
전주희 : 요즘 올리브영 가면 젠더뉴트럴이나 남성 전용 색조 브랜드도 보여요. 옛날에는 남자들 눈썹이 요만하던 이만하던 별 신경을 안썼는데..요즘은 오히려 남성분들이 더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김나현: 피부톤 보정이라던가 눈썹같은 경우에는 그루밍족이라고 해서 이미 자리를 잡았는데, 이제는 정돈을 넘어선 꾸밈이나 표현의 수단으로서 메이크업이 사용되는 것이 보이죠.
김묘덕: 오히려 요즘 여성들은 점점 메이크업을 안하고 남자분들은 점점 하는 분위기 같아요.
박지향: 아니 사실…저는 오늘 이렇게까지 깊이 들어갈 줄 모르고 가볍게 왔는데…
김나현: 하핫 네 죄송해요. 오늘은 그냥 개념잡기 하는 날인데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이제 다들 이번 주제에 대해 파악하신 듯하니, 다음 모임 때는 다양한 이야기 기대해 볼게요.
<다음에 계속>
* 본 원고는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웹사이트에도 동일하게 게재되었습니다.